선물(膳物, The Present)

스펙트럼
전승준 원장 2019-11-01 10:48:35

▲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외상으로 유전치를 다쳐서 처음 병원에 내원해 당일 응급처치 받고, 이어지는 치료를 받느라 어른들에 붙들려서 탈진 직전까지 가고, 검진 때 체크만 하는데도 병원 입구에서부터 비명을 지르며 난리가 났었던 3세 공주님! 그래도 어머님께서 포기하지 않으시고 꾸준히 정기검진을 데리고 와주셨는데 그때마다 도저히 울음을 그칠 수가 없었던 겁 많은 꼬마 여자아이가 있었다. 그 아이가 병원에 오는 날에는 모든 스텝들과 함께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면서 기다렸다가 진료가 진행되었었다.


그러기를 어언 5년 동안 꾸준하게 해왔는데, 정말 신기하게도 갑자기 지난번 내원 때부터 울지 않고 스스로 입을 벌리면서 검진을 허용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주어서 그것만 해도 감지덕지로 정말 기뻤는데 이번 정기검진을 왔을 때에는 제게 다음과 같은 내용의 꼬깃꼬깃하게 접은 종이 편지를 수줍어하면서 건네주었다.


치과 선생님께

치과 선생님, 저의 이를 아프지 않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무서운 저도 꾹 참는 지안이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더 양치를 잘하는 지안이가 되겠습니다.
앞으로 치과에서 무서운 걸 해도 지안이는 울지 않을 거에요.
그래도 저는(불소를 안 하고 싶긴 해요)
그래도 지안이는 참을 수 있어요(안하고 싶긴 하지만요).
그래도 지안이는 선생님이 아픈 걸 해도 참을 수 있어요(너무 아픈 건 아니지만요)
그래도 참아볼게요! 파이팅!

2019년 10월 8일 지안올림


▲ 환자 지안이가 쓴 편지


그동안 억지로 치료받느라 고생했던 이전의 기억이 트라우마가 되지 않고 이런 너무나도 어여쁜 편지를 선물로 건네주는 것에 정말 감동을 받았다. 이 아가씨와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 아이의 아이의 구강도 돌보아주면서 함께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선물을 남에게 주고, 또 받으면서 지내고 있다. 생일선물, 결혼선물, 명절선물, 환송선물 등등... 그리고 요즘 같은 IT 세상에서는 선물을 SNS로 주고받을 수 있는 시스템도 갖추어져 있다.


사전에서 선물을 찾아보면 ‘남에게 선의로 주는 물품’이라고 되어있었다. 그런데 요즈음엔 꼭 선물이 남에게만 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을 스스로 격려하는 ‘셀프선물’도 그리 드문 것이 아님을 볼 수 있다. 어쨌든 선물은 대상이 누구에게든 그것을 받는 사람이 삶의 활력소가 생기도록 도와주는 것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행복이라는 선물은 세상 모든 이의 가슴속에 지금 있습니다. 그러나 바쁜 일상 속에서 마치 단거리 경주를 하는 것처럼 숨차게 살다 보면 가끔 그 선물을 놓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며 조용한 시간을 가져 보세요. 내가 진정 바라는 행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거예요. 우선 나를 돌아보는 것이 행복의 첫 단계입니다.”


같은 제목의 책에서 발췌한 위의 문구는 이번 꼬마 아가씨에게서 받은 편지 선물을 다시금 떠올리게 했다. 우리가 바쁘게 지내는 동안에 존재한다고 느끼지 못하면서 살아가는 ‘지금(present)’이라는 선물이 항상 함께하고 있다. 그것을 잊지 않고 매 순간 지낼 수 있다면 항상 ‘선물(present)’을 즐기면서 살아가는 현재(present)를 만끽하는 행복한 인생이 되리라고 확신한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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