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치과 1층 개원 피해왔을까

임대료·고정비용 절감 위해 하고 싶어도 못해 소규모 치과, 고층일수록 홍보 효과 낮아 인구·상권 발달 지역은 지하 개원도 선호추세
천민제 기자 2020-02-14 17:40:05


흔히 치과를 떠올리면 높은 건물에 세로 간판, 유리창에 커다랗게 써 붙인 ‘치과’라는 글씨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치과는 왜 고층에 자리 잡게 된 것일까. 의문의 해답을 찾아 서울시 1층 개원 치과를 탐방·취재했다. 더불어 1층뿐 아니라 지하 개원을 선택한 치과의사들도 만나 봤다. 조사 대상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 심평원)에 주소지가 등록된 서울시 치과 4843곳 중 상세주소가 명시된 ‘1층’ 치과 61곳과 ‘지하’ 치과 86곳을 지정했으며, 그 가운데 일부 치과를 심층 취재했다.


# 비용 절감하려면 고층 선택 불가피
“최근 치과는 임대료 문제로 2층을 넘어 4층 이상의 고층을 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병원 컨설팅 전문가 이선호 HM 대표는 임대료가 개원 자리 선택의 최우선 요소라고 전했다. 인건비나 재료비 같은 고정비용은 줄이기 쉽지 않아, 차선으로 임대료를 절감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게 이 대표의 분석이다.
중구의 한 중형 상가 4층에 개원 중인 A 원장도 비용 절감을 위해 고층을 선택했다.


A 원장은 “교통이나 상권이 잘 발달한 곳에 개원하려면 높은 임대료를 감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고층 선택은 필수 불가결한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치과는 정말 고층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것일까.


▲ 서울 성동구의 1층 치과. 이들 역시 고층 대신 1층 개원을 선택해 환자 진료에 노력하고 있다.<천민제 기자>


# 소규모 치과 고층 개원 눈에 안띄어
“작은 치과는 고층일수록 눈에 띄지 않아 신환 잡기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서울 종로구의 B 원장은 재작년 4층에서 1층으로 병원을 옮겼다. 건물주의 임대료 인상 요구로 골치를 썩던 중 근처의 저렴한 1층 공실을 소개받은 것이 기회가 됐다.


1층 이전 후 가장 큰 변화를 묻자 B 원장은 ‘신환 증가’를 첫손가락에 꼽았다.


현재 B 원장의 치과는 오피스 밀집 구역에 있다. 하지만 대로변으로부터 떨어진 이면도로인 데다 상가 내 인기 상업시설이 입점해 있지도 않아, 유동인구가 주변에 비해 적은 편이다.


그렇지만 B 원장은 “고층에 있을 때보다 신환이 확실히 늘었다”고 말했다. 고층에 있을 땐 구환에 의지해야 했지만 1층으로 내려온 뒤 신환의 비중이 커졌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지나가던 중 치과를 발견하고 문득 진료를 받고 싶어지더라”며 병원을 찾은 환자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치과 사정은 어떨까. 7년간 자리 잡은 3층을 떠나, 최근 1층으로 이사했다는 서초구의 한 치과를 찾았다. 이곳 역시 임대료 상승으로 이전을 고심하던 중 인근 중형 빌딩 1층 공실을 발견했다. 임대료도 기존의 대형 빌딩에 비하면 높지 않았다.


해당 병원의 홍보를 담당하는 C 실장은 “병원 접근성이 좋아져 환자들의 만족도가 크게 올랐다”며 1층 치과의 장점을 꼽았다. 그는 특히 거동이 불편한 환자나 노인들의 만족감이 높았다고 전했다.


이어 C 실장은 “대개 1층의 경우 임대료가 다른 층에 비해 높기 때문에 진입하기 어렵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무조건 1층을 선택할 것”이라며 개원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 소규모 치과일수록 지나친 고층 개원은 홍보가 낮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치의신보 DB>


# 지하치과 임대료 매우 싸
교통과 상권을 쫓아 지하 개원을 선택한 치과도 있었다.


D 원장은 강남구의 한 중형빌딩 지하상가에서 치과를 운영 중이다. 그는 “지하는 가시성이 떨어지는 만큼 꾸준한 홍보가 필요하다”며 “야간진료를 해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신환 수를 늘리기 힘들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병원을 옮겨볼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 D 원장은 딱 잘라 “그럴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D 원장은 “지하는 인근 대로변 상가보다 임대료가 많게는 1/3 수준으로 적다. 그렇기에 다소 불편은 감수할 수 있다”며 입지보다 유지비용을 줄이는 편이 낫다는 의견을 전했다.


그는 또 “같은 조건이라면 이면도로 지상보다 대로변 지하가 좋다고 생각한다”며 유동인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도심 내 과잉경쟁으로 인한 ‘치과 입지 블루오션’ 찾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심평원이 최근 발표한 2019년 3/4분기 현황 발표를 분석하면 서울시 25개 행정구역별 치과의원 평균 개수는 193.6개소에 달한다.


특히 유동인구가 많은 지하철역이나 거주 밀집, 상업 집적구역의 경우 경쟁은 더욱 치열한 상황이다.


# 공실률 늘어 건물주 ‘1층 병원’ 반겨
한국감정원(원장 김학규)은 지난 1월 29일 ‘2019년 4분기 및 연간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를 통해 전국의 소형 및 중대형 상가의 공실률이 2017년 4분기부터 꾸준히 상승, 지난해 최고치를 갱신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4분기 상가 공실률은 중대형 11.7%, 소형 6.2%였다. 임대가격지수 또한 지난 분기 대비 중대형 -0.12%, 소형 -0.21% 하락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상가 진입 장벽이 최근 들어 다소 낮아졌음을 방증한다.


이와 관련해 조현택 상가정보연구소 연구원은 “과거 건물주들은 1층에 병원이 개원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았다. 병원은 일반 상업시설보다 드나드는 사람들이 적어 활발해 보이지 않기 때문”이라고 과거 경향을 전했다.


이어 그는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치과와 같이 안정적인 수입이 보장되는 병·의원이 건물 유지에 도움이 된다고 여겨 1층 개원도 반기는 추세”라며 달라진 부동산 시장 분위기를 알렸다. 이에 치과에서도 다양한 시각으로 성공 개원 가능성을 모색해볼 필요성이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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