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다이어트 Karma Diet

릴레이수필 제2397번째
류호성 수원 웅치과의원 원장 2020-05-19 09:16:21

▲ 류호성 수원 웅치과의원 원장

막내아들이 결혼식 청첩장을 준비하면서 반드시 초청해야 할 하객들의 수를 알려 달라고 했다. 일단 친척들과 친한 친구들을 염두에 두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저런 일로 인연이 맺어진 사람들이 꽤 많다는 것을 알고 나조차도 놀라웠다.


중요하다고 느껴지는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전화번호를 입력해 두었는데 시간이 흐르다 보니 누구인지 연상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도 부지기수여서 이번 기회에 삭제해 버렸다.


지금까지 불필요한 일과 소중하지 않은 상대에게 많은 시간과 정열을 낭비하며 살아온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과 내 가족을 먼저 챙기며 살아야 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나를 옭아매어온 쓰잘 데 없어 보이는 인간관계를 없애버려야 여생 짊어지고 가야 할 인생의 무게도 줄어 편하게 살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도 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장단에 놀아나지 말아야겠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북치고, 장구치고, 꽹과리 치고, 추임새도 넣어가며 신명나게 놀다보면 내 장단에 맞추고 싶은 사람들이 알아서 내가 만들어 놓은 마당에 들어와 함께 놀기 마련이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내 생각대로 되지 않아 만족스럽지 못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때마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작은 즐거움을 찾아 나름대로 그것을 누리며 살려고 노력해 왔다.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마음만 먹으면 누릴 수 있는 소소한 즐거움이 주변에 존재하기 마련이다. 앞으로 남은 긴 세월 동안 나의 가까운 곳에 존재하는 즐거운 일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내 즐기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나에게 기쁨과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이 골프나 산행 같은 운동일 수도 있고, 악기연주일 수도 있고, 여행일 수도 있고,글을 쓰는 것일 수도 있다. 오랫동안 산행을 쉬었다가 얼마 전 산에 올랐더니 장딴지에 알이 박히고, 무릎의 상태가 안 좋다. 병원에 갔더니 이상이 없다고는 하지만 내가 불편하다.


이제 더 이상 산에 오르지 말라는 경고인 듯하다. 그동안 전국 명산을 찾아다니고, 백두대간을 종주했던 일이 꿈만 같다. 산행이 취미였던 사람들을 보니 무릎상태가 나빠져 산행이 힘들어지면 그 다음부터 사이클링으로 취미를 바꾼다. 그것도 힘들어 지면 카메라 들고 전국에 산재한 명소를 찾아다니면서 맛집을 순례하기도 한다.


막내 결혼식을 계기로 여기저기 전화번호를 매개로 연결되어 있던 인연을 대폭 줄였다. 부와 명성을 거머쥔 인물과 인연이 닿아 롤 모델로 삼게 된 것을 복으로 여긴 적도 없지 않았다. 인위적으로 맺어진 인연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열정을 가지고 최선을 다했던 지난날의 내 모습이 롤 모델이어서 더 가치가 있다고 느끼는 요즈음이다.

나이가 들어 신체 다이어트와 함께 인연 다이어트까지 한 셈이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나를 지탱해 준 것은 “나의 확고한 의지”와 “나를 믿고 따라준 가족 구성원의 헌신적인 사랑과 배려”가 아니었나 싶다. 두 아들이 내가 원하는 대로 자라주어서 고마울 뿐이고, 마음에 맞는 짝을 만나 새로운 보금자리를 꾸미게 되었으니 더 바랄 것도 없다.


오늘 아침 안개 자욱한 창밖을 내다보며 다시금 마음을 고쳐먹으니 여유로움이 느껴진다.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은 악연도 있었지만 지금의 나를 있게 해준 가족이라는 아름다운 인연, 즉, Beautiful Karma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기사
공유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치의신보 앱다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