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치과생활

스펙트럼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2020-09-16 10:35:51

▲ 전승준 분당예치과병원 원장

우리 치과의사들이 모여서 이야기를 하다보면 하루 종일 좁은 공간에서 나가지도 못하고 갇혀서 반복되는 일상생활이 너무 답답하다고 서로 한탄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 병원마다 크기는 모두 다르긴 하겠지만 어느 치과라도 야구장 만하게 드넓은 곳은 없을 것이고, 야외의 공기를 마시면서가 아닌 실내에서 하루 종일의 생활을 한다는 것은 대부분의 치과의사들이 다르지 않은 현실인 것 같다.


요즘 특별한 드라마적인 극적 주제를 억지로 다루는 것이 아니라 우리 주위의 일상생활을 주제로 하는 어떤 PD분의 작품이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시리즈로 시청자들의 공감대속에 인기리에 방영되었고 아마도 앞으로도 한 동안은 그 후속작들이 만들어져서 우리들의 눈과 귀를 행복하게 해줄 것 같은 예감이 드는데 그 중에서 ‘슬기로운 감빵생활’이라는 드라마를 볼 때에 신기하게도 드라마속의 주인공과 우리 치과의사가 묘하게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탄탄대로의 인기절정의 프로야구선수가 여동생을 성폭행하려던 범인을 잡으려 몸싸움을 벌이는 과정에서 실수로 죽이게 되면서 살인죄로 징역 1년형을 선고 받아 감옥에서 일상을 보내게 되면서 그려지는 이야기인데 그 안에서 같은 방 동기들뿐만 아니라 같은 기간에 그 교도소 안의 교도관, 그리고 수감되어있던 많은 사람들과 직, 간접적인 소통과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면서 지내게 되면서 그 과정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갈등과 겪게 되는 에피소드들이 펼쳐지고, 또 그것이 해소되어지는 과정이 그려졌다.


정해진 공간 안에서 밖으로 나가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야하는 우리 치과의사들과 밖의 사회와는 단절된 교도소 안에서의 그 사람들의 생활을 겹쳐서 느낀다는 것은 너무 오버라는 생각도 들지만 그렇게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슬기롭게’ 생활할 수 있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배울 것이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주인공은 교도소 안에서 정말로 다양한 사연을 가지고 수감기간도 제각각인 들어온 사람들과 접하면서 지내는데, 그들은 애초에 정말로 나쁜 사람들(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입히려는 악한 의도를 가지고 범죄를 저지르는 나쁜 수감자들, 그리고 이런 악인들은, 교도소 밖에도 있다)도 있지만 교도관들도 단지 그들이 입고 있는 옷이 죄수복이 아닐 뿐으로 그들에 못지않게 사악하지만, 또 다른 부류로는 어쩔 수 없는 사유로 범죄자가 된 사람들(나라도 그 상황이 되면 똑같은 범죄를 저질렀을 것 같은)도 있었다. 그들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많은 사건들 가운데에서 주인공은 중심을 잡고 행동했고 그 과정에서 아름다운 결말을 이끌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치과에도 정말로 다양한 이유를 품고 환자들이 찾아온다. 치료 소요기간도 제각각인 그 분들을 검진하고 치료해드리는 과정 중에 많은 에피소드가 생기고, 또 어떤 경우에는 서로 멱살을 잡을 수도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까지도 가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가 중심을 잡고 흔들리지 않고 ‘슬기롭게’ 해나간다면 결국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이 해냈던 것처럼 환자와 치과 모두 행복하게 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교도소 안의 죄수들은 정책적으로 주기적으로 갑자기 이감을 하고 방을 바꾼다고 한다. 서로 너무 가까워져서 생길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는데, 정말 교도소에서 만나는 사이는 헤어지고 그 이후는 서로 알 수도 알 필요도 없고, 궁금해하지도 말아야 하는 것일지 안타까웠다. 그런데 딱 한 번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스토리가 드라마에 나왔다. 출소한 같은 방 수감자분이 사회에서 자리 잡고 다시 교도소를 찾아와서 본인에게 잘 해주었던 분에게 앞으로도 함께 하자고 하는데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순간이었다. 환자분들과 너무 가까워지는 것을 경계하고 거리를 두어야한다고들 하지만 그 분들과의 만남도 좁은 치과안에서만의 짧은 인연이 아니라 삶 속에서 서로 선한 영향을 주는 인생의 동반자가 될 수도 있을 수도 있겠다.


드라마 속에서 재소자들에게 들려주는 라디오의 내용을 인용해서 글을 마무리 지으려 한다.


‘치과의사 여러분, 오늘 하루 어떻게 시작하셨나요? 아침에 일어나 몸을 일으킬 수 있고 어디론가 걸어갈 곳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축복의 대상이죠.
혹시 여러분 곁에 작은 행복이, 작은 행운이 찾아오지 않았나요? 어쩌면 가까이 있던 행복을 모르고 놓쳐 버리고 계신 것은 아닌지 모르겠네요.
행복의 기준은 과연 뭘까요? 혹자는 그러더군요. 행복의 기준은 생각보다 아주 낮다고, 여러분, 나의 행복의 기준을 타인의 시선에 두지 마세요. 그렇다면 행복의 파랑새는 생각보다
아주 쉽게 여러분 곁에 찾아올 수 있습니다.
그런데 좋은 환자의 기준은 뭘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 보아주세요. 선입견과 고정관념이라는 단어들, 우리들도 그런 대접은 가장 싫어하잖아요.
오늘하루 욕하지도, 욕먹지 마시고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여러분 제가 브라보를 외쳐 드릴께요!’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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