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최고의 경기

Relay Essay 제2416번째
고성준 ㈜고차원 대표·치과의사 2020-09-28 14:20:14

▲ 고성준 ㈜고차원 대표·치과의사

누군가 나에게 취미가 무엇이냐고 물어보면 나는 영화 감상하기라고 대답한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영화 감상하기는 아니다. 영화 요약편 감상하기이다. 요새는 유튜브 콘텐츠가 워낙 잘 되어있어서 15분 정도면 3시간 분량의 영화 한 편의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디테일을 살필 순 없지만 하루에 영화 1편 보기는 너무나 힘들기에 약간은 우회적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요약편만 보다가, 밤을 새우더라도 전체 영화를 꼭 봐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때가 있다. 지난주가 그랬다. ‘The greatest game ever played’ 라는 제목의 이 영화는 한국에서는 ‘내 생애 최고의 경기’라는 제목으로 번역되었다.


1913년 US오픈을 배경으로 아마추어 골퍼였던 ‘프란시스 위멧’이 당대 최고의 선수들을 제치고 우승한 내용을 담고 있다.


프란시스 위멧은 골프에 남다른 재능이 있었지만 가난한 집안 환경 때문에 골프에 전념할 수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버지의 반대가 심했다. 결국 중간에 골프를 그만두고 다시 스포츠 용품점 점원으로 생활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스포츠 용품점 사장님과 주변 지인들의 도움을 받아 결국 1913년 매사추세츠 아마추어 골프 대회에서 우승하고 US 아마추어 선수권에서 4강에 오르며 마침내 US오픈 출전 자격을 얻는다. 가난하여 캐디를 고용할 돈이 없었던 위멧은 12살 잭 로리에게 캐디를 맡긴다. 하지만 학교 선생님이 잭 로리를 발견해 학교로 데려가 버려서 결국 10살짜리 에디 로리라는 꼬마에게 캐디를 맡긴다.


불행 중 다행으로, 위멧은 여러 개의 골프 클럽을 살 돈이 없어 10개의 클럽만 가지고 있었기에 꼬마 캐디가 백의 무게를 감당할 수 있었다. 3라운드까지 선두에서 5타 뒤지던 위멧은 4라운드에서 선두와 동타를 이뤄 골프의 신이라 일컬어지던 해리 바든 그리고 전년도 우승자인 테드 레이와 함께 연장을 치루게 된다. 세 사람은 명승부를 펼쳤지만 결국 우승컵은 프란시스 위멧에게 돌아간다. 축하하는 관중 속에서 위멧이 아버지와 조우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명장면 중 하나이다.


기록만 살펴봐도, 1913년 US오픈은 여러모로 인상 깊은 대회였던 것 같다.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일이 변경된 대회이자, 캐디 출신이 우승한 대회이자, 우승컵의 주인공인 프란시스 위멧은 20살, 그의 캐디는 고작 10살이었으니 말이다.


위멧에게는 보이지 않는 많은 운이 따랐다. 해리 바든을 초청하기 위해 개최일이 변경된 덕분에 아슬아슬하게 출전할 수 있었고, 자기 방 창문 너머로 매일 바라보던 17번 홀에서 버디를 성공시켜 연장을 치를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골프를 향한 그의 노력과 주저앉고 싶을 때 내밀어준 지인들의 따스한 손이 그를 역사적 인물로 만들었다.


영화에는 긴장감 넘치는 골프 이야기 외에도 프란시스 위멧의 가족 사랑, 어머니의 헌신, 아버지의 차가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정한 믿음, 그리고 해리 바든의 골프에 대한 철학 등이 담겨있다. 무엇보다도 이 영화가 가진 힘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추석이 다가온다. 하지만 코로나로 인해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한 실정이다. 필드에 나가기도 힘들고, 영화관에 가기도 힘든 때이다. 가족과 함께 집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이런 영화 한 편 감상해보면 어떨까? 가족애와 힘든 상황을 이겨내고 묵묵히 나아가는 우보를 배워야 하는 시국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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