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ay, BOX!

Relay Essay 제2417번째
윤하승 경북대학교 치과대학 학생회장 2020-10-07 14:35:02

▲ 윤하승 경북대학교 치과대학 학생회장

고등학교 2학년 여름방학, 두 살 터울의 친형을 따라 동네 킥복싱 도장을 찾아갔던 것이 내 복싱의 시작이었다. 학업에 치여 꾸준히 배우지는 못했지만, 누구나 다니는 태권도와 검도를 조금 배웠던 것을 제외하고, 격투 스포츠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다.


스무 살이 되어 서울 소재 대학교로 진학하였는데, 처음엔 킥복싱을 배우려 했지만 마땅한 킥복싱 도장이 없어서 학교 근처 복싱 체육관을 다니게 되었다. 그 체육관에는 지금도 방학마다 찾아가서 운동을 배운다.


복싱을 한다고 하면 100명 중 100명이 물어보는 질문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복싱 처음 가면 줄넘기만 하지 않아요?’이고, 두 번째는 ‘스파링 위험하지 않아요?’이다. 아쉽게도 두 질문 다 틀렸다. 선수가 아니고 취미로 복싱을 하는 사람이라면, 줄넘기는 보통 몸을 풀 겸 3분씩 3라운드쯤 한다.


스파링은 적절한 보호구(마우스피스, 풀페이스(Full-face) 헤드기어, 16oz 글러브)와 숙련된 감독자가 있다면 정말 위험하지 않다. 개인적으로 마우스피스의 경우 지금까지는 기성품을 사용하였는데, 치과대학에 진학한 지금은 치과병원에서 정교하게 제작하는 선수용 마우스피스 사용을 고려하고 있다.


복싱이 처음부터 재미있는 스포츠는 아니다. 샌드백을 때리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링 위에서는 메이웨더처럼 상대의 주먹을 슥슥 피하고 때릴 거라 생각하지만 힘차게 때린 샌드백에서는 맥 빠지는 소리가 나고, 처음 올라간 링 위에서는 허우적거리다 지쳐 쓰러진다.


농담 반 진담 반으로, 내가 복싱을 열심히 한 이유는 친형을 이기고 싶어서였다. 남자 형제가 있는 사람이라면 이해하겠지만, 어렸을 때부터 2살 터울의 형과 자주 투닥거렸는데, 형에게 지는 것이 그렇게도 억울했다. 심지어 형은 2년 먼저 운동을 시작했고, 나는 그 격차를 따라잡고자 더 열심히 운동을 했다. 거울 앞에서 자세를 고치고, 샌드백도 열심히 때려보고, 링 위에 올라가 맞다가 데굴데굴 구르면서 조금씩 복싱을 배워갔다.


그렇게 몇 년을, 거의 매일 체육관에 출석도장을 찍은 결과로 2017년에는 형과의 스파링에서 옆구리에 주먹을 꽂아 다운시켰다. 이십 몇 년의 인생에서 가장 통쾌한 순간이었다.


“Okay Box!” 라는 소리와 함께 벨이 울리면, 정사각 링 위에 상대와 나와 긴장감이 남는다. 긴장한 채로 뻗는 주먹은 체력을 두 세배로 깎아먹는다. 프로 선수들은 매일 달리기를 하고, 줄넘기를 1시간동안 하고, 샌드백을 20라운드를 치고, 쉐도우복싱을 10라운드를 한다. 그런 선수들과 스파링을 하면, 초반 1~2라운드야 어떻게든 버티지만, 3라운드쯤 되면 체력이 없어서 맞고 쓰러지게 된다. ‘링 위에서의 결과는 링 아래에서 결정된다’는 간단한 진리를 링 위에서 조금은 늦게, 자주 깨닫는다.


사람들은 복싱을 단순히 치고받는 스포츠로 생각하지만, 상대방의 주먹이 나오는 그 찰나에 많은 수싸움이 숨어있다. 그 다양한 수를 연습으로 얻어진 본능적인 움직임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복싱의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올해의 목표는 KBF(한국권투연맹)에서 주최하는 프로테스트를 통과하여 프로 라이센스를 따는 것이다. 그동안은 나의 게으름이 프로테스트를 미뤄왔지만, 요즘은 코로나 사태로 인해 프로테스트 일정이 연기되고 있다. 모두를 위해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고 정상적인 사회로 돌아오길 바란다.


▲ 서울시 마포구 Boxing gym EVE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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