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니까 왔죠!

스펙트럼
이승현 강릉원주대 치과병원 예방치과 전공의 2020-11-16 10:36:47

▲ 이승현 강릉원주대 치과병원 예방치과 전공의

예방치과 진료실에 내원하시는 분들의 덴탈 아이큐는 꽤 높은 편입니다. 치석제거의 필요성에서부터 치면세균막 관리의 이점 및 구강건강이라는 개념까지도 이해할 정도로 그 지식의 양과 질이 뛰어난 분들이 많은데, 이는 단순히 인터넷에서 질병에 대한 정보나 치료비를 검색해 오는 예민한 환자들과는 차이가 있습니다. 그러나 간혹 정보를 잘못 검색하여 예방치과를 찾는 분들도 있습니다. 대개는 초진으로, 일회성 스케일링을 받고자 ‘스케일링 맛집’을 찾아온 경우입니다. 마지막으로 치석을 제거한 때가 언제인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면서도, 구강건강관리에 관한 위험요인은 확인하지 않아도 되니까 얼른 치석이나 아프지 않게 제거해 달라는 것입니다.


계속관리의 중요성을 납득시켜야만 하는 제 입장에서는 이런 분들과 기싸움을 벌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 가운데 제가 주로 활용하는 전략은, 치료가 시급한 개별 치아의 질환을 중심으로 우선 설명을 시작하고 그 원인을 천천히 짚어가면서 계속관리의 필요성을 주지시키는 것입니다. 그런데, 심한 우식증일지라도 증상이 없는 경우에는 이마저도 쉽지가 않습니다. 쓸 때까지 쓰다가 뽑아버리겠다는 사고방식에 가로막히기 때문입니다. 임플란트의 최저가격이 꾸준히 갱신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학생 때 배운 자연치아 한 개의 값어치에 대해 설파하기도 영 마뜩잖습니다.


그렇다면 Plan B로 우회하여 치주건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시작합니다. 임플란트도 잇몸이 다 녹아 없어지면 심을 수가 없다는 등의 설명을 과장하며 늘어놓는 것입니다. 벽에다 대고 말하는 기분을 꾹 눌러 참으며, 치간칫솔이 어떤 것인지 아시나요? 와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아 모르니까 왔죠! 그냥 빨리 스케일링이나 해주세요.”


되레 역정을 내는 외침에 한숨이 나옵니다. 그냥 스케일러로 한 바퀴만 빙글 돌리고 보내버릴까 싶은 마음이 듭니다. 그때, 제가 무척 따르던 교수님께서 해주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모르니까 환자야. 그걸 다 알면 너희한테 오질 않겠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돈을 더 받겠다는 것도 아니고, 더 많은 치료를 하겠다는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예방치과의 전문과목을 표방하는 제 진료실에서조차 종종 나타나는 이런 분들이 개원가에는 또 얼마나 많을까, 아니 애초에 개원가에서 이런 설명을 이어나가기를 기대하는 것이 옳은 것일까 의구심이 듭니다.


그럼에도, 일차적 원인이 환자에게 있지 않다는 것만은 명확해 보입니다. 예방보다 치료를 우선해야 하는 지금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형성된 배경은 아마 다른 데에 있을 것입니다. 운동장을 바로 세우는, 혹은 아예 새로운 운동장으로 옮겨가는 변화를 어떻게 시작하면 좋을지 고민입니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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