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치과전문의라는 새로운 치과전문의?

시론
이부규 서울아산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2020-11-25 14:48:45

▲ 이부규 서울아산병원 치과 구강악안면외과 교수

최근 통합치과전문의 1차 시험이 끝났고 합격율에 대한 논란이 있기는 하지만 2차 시험까지 마치면 새로이 약 3000명 정도의 새로운 통합치과전문의가 배출된다. 작년까지 배출된 2182명의 통합치과전문의 숫자를 합치면 올해까지 5000명 이상이 배출되는 셈이다. 현재 통치 전문의 경과규정 교육을 받고 있는 예비 통합치과전문의 숫자를 감안하면 경과조치가 끝나는 내년에는 최종적으로 총 10000여명 가량의 전문의가 예상되고 있다.


통합치과전문의를 제외한 모든 과목의 기존 치과전문의들의 숫자를 더한 총 수가 현재 약 6000명 가량임을 감안하면 가히 단일 전문과목으로서 최대규모의 전문과목이 되는 셈이다. 다소 정치적인 탄생의 역사로 인하여 통합치과전문의의 전문의로서의 지위부여에 지속적으로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아마도 이미 통합치과전문의를 획득하신 분들조차 전문의라는 정체성을 확실히 느끼고 계시는 분들이 많지는 않을 듯 하다.


일반적으로 전문의라고 하면 체계적인 수련과정 하에 기본 교육을 받고 특정 분야에서 외골수로 파고들어 다른 분야는 상대적으로 덜 알고 있을지라도 자기 분야에서 만큼은 다른 분야 의사들보다 더 많이 알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 이런 의미로 통합치과전문의는 치과 한 분야를 수직적으로 파고드는 전통적 의미의 전문의라기보다는 수평적으로 치과 전분야를 아우르는 전문의라는 의미에서 다른 분야 전문의와는 차별성이 있다.
이렇게 하나하나의 깊이는 약하지만 전반적으로 골고루 잘 아는 의사도 전문의라고 할 수 있을까?


과거 의료기술이 발달하기 전에는 그저 의사면 모든 분야의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이었다. 하나하나 파고들 만큼의 개별 과목 학문의 깊이가 깊지 못했기에 당연한 상황일 것이다. 하지만 점차 의료기술이 발전하고, 분야마다 지식이 쌓여가고, 환자 또한 치료의 질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합리적으로 분화된 전문과목들이 생겨나게 되었다. 이러한 전문과목의 출현으로 해당 전문의들이 더욱 자기분야에만 매진하게 되면서 각 세부 분야의 학문 발전을 심화시키게 되었고 그 총합으로 상승작용이 일어나 전반적인 의료기술수준이 더욱 올라가게 되었다. 이렇듯 의료 분야가 세분화되면 분명 장점이 있다. 환자의 입장에서도 자기 질병의 상황에 맞는 적절한 전문의를 찾아 진료를 받는다면 최상의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 환자들은 전문지식이 부족한 관계로 스스로 자신의 상황에 맞는 마땅한 전문의를 찾아갈 능력이 부족하다. 또한 많은 치과치료들은 어느 특정 전문분야의 치료만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닌 다양한 전문 분야의 치료가 같이 이루어져야 적절히 치료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은 여러 분야 전문의들이 함께 근무하고 있는 대학병원이나, 치과병원급에서나 가능한 상황이다. 약속도 어렵고 자상한 대접을 받기도 힘들다. 따라서 특정 전문치료가 필요한 심각한 상황이 아니라면 자기집 가까운 곳에 두루두루 경험이 많고, 골고루 잘 아는 치과의사에게 진료를 받는 것이 환자 입장에서는 더 편하고 만족스런 치료일 수 있다. 결국 전문의 제도가 만들어지게 된 이유는 환자들에게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 아닌가? 치과의료가 세분화 되는 것에 대한 장점은 분명히 있지만 환자들에게 도움을 주는 “좋은 전문의”는 오히려 통합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치과의사일 수 있다. 현재 전문의 과잉 시대를 맞아 의과의 가정의학 전문의가 그러하듯 비록 세부적으로 아주 깊지는 않지만 넓은 시야를 가지고 환자의 문제를 바로 해결해 줄 수 있고, 만일 더 전문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 적절한 곳에 의뢰를 해 줄 수 있는 “골고루 잘 아는 것에 특화된 전문의”는 분명 새로운 개념의 “반드시 필요한 전문의”라고 부를 만 하다. 특히 4차 산업혁명기를 맞아 과거 전통적인 많은 치과기술이 정보화, 디지털화 되고, 또한 임플란트 수술 등의 보편화로 현장에 필요한 의과적인 지식이 더욱 요구되는 시점에서 이러한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환자 친화적인 새로운 “치과 전문의”는 잘만 운용한다면 결코 정치적 산물이라고 폄하될 수 없는 대한민국 치과계의 뜻밖의 선물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왕 시작된 통합치과전문의가 틀을 잡고 국민 구강보건에 기여를 하기 위해서 몇 가지 제안을 하고 싶다. 첫번째는 일반의과의 지식으로 좀 더 무장된 치과전문의이다. 이는 비단 통합치과전문의에게만 해당되지 않는 전반적인 치의학 교육에서 요구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미래의 치과의사는 분명히 과거보다 많은 일반 의과적인 지식과 경험이 요구된다. 통합치과전문의의 수련과정에도 이러한 부분이 이미 강조되고 있기는 하지만 환자를 위한 양질의 미래 치과의료를 위해서는 반드시 시행되길 기대한다.


두번째는 치과병원뿐 아니라 일반 의과대학병원 및 종합병원에 통합치과전문의 과정이 가능한 많이 생겼으면 한다. 의과가 그러하듯 학부만 마친 치과의사들은 환자진료에 아직 많이 부족하다. 많은 수련기회는 더 나은 치과의사가 되고자 하는 우리 후배 치과의사들의 절절한 바램이기도 하거니와 기성세대가 반드시 해결해 주어야 하는 “의무과제”이기도 하다. 이를 위하여는 처음 의도한 바는 아니었겠지만 결론적으로 수많은 종합병원 치과의 폐쇄를 불러온 대표적인 치과계 악법으로 판명된 종합병원 및 치과병원 전문의수련병원 자격기준이 하루 속히 개정되어야 할 것이다.


세번째 제안은 경과규정으로 배출되는 통합치과전문의의 보수교육 문제이다. 아무래도 경과규정이라는 제도를 통해 배출되는 전문의인 만큼 자질은 차고 넘쳐도 체계적인 수련교육은 부족하였을 것임에 틀림없다. 어렵게 탄생한 통합치과전문의가 명실공히 인정받는 전문의가 될 수 있도록 학회와 협회는 많은 도움을 주었으면 한다.


마지막 제안은 기존 전문의제의 구분에 대한 고민의 시작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치과전문의가 있다. 현재 치과 의료기술의 발전 양상을 생각하면 보다 새로운 전문과목 혹은 전문과목의 통합의 여지도 있어 보인다. 금방 해결될 일은 분명 아니겠지만 급격한 의료현실의 변화와 특히 통합치과전문의의 탄생으로 기존 전문과목들은 경쟁이던 어떤 형태이던지 분명히 영향을 받을 것이며 이에 대한 각 전문과목의 미래에 대한 대승적 고민과 연구를 해야할 것으로 생각된다.


모든 개혁은 기존의 틀을 깨는 “발상의 전환”에서 나온다. 물론 그 전환된 발상이 대의에 맞고 바른 방향이어야 바른 개혁이 될 것이라는 전제가 있기는 하다. 이런걸 잘 하는 사람들을 “창의적”이라고 하고 “개혁적”이라고도 하며 이런 사람들이 결국 분야의 역사를 바꾸는 사람들이다.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 중 그간 통합치과 전문의에 부정적이었던 분들도 밥그릇 때문이 아닌 진정 치의학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셨던 분들이라는 걸 잘 알고 있다. 오히려 그 분들 중에 위에 언급한 창의적이고 개혁적인 분들도 많이 있다. 이미 법제화가 된 지금 이제는 모두 긍정적인 방향으로 힘을 모아 통합치과 전문의 제도가 우리나라 치과계 발전적 개혁의 하나의 시발점이 되었으면 하고, 그 결과로 한국 치과계가 더욱 더 세계 치과계를 이끌어 갈 수 있으면 하는 바램이다.



※ 이 글은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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